월간 훈노트 Volume 5

벌써 12월이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이라는 게 실감이 안 난다.

정신없는 일상

출산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일상이 정신없어졌다. 12월 27일 예정이니 이제 한 달도 안 남았다. 집안일만 해도 청소, 빨래, 출산 준비물 챙기기... 할 게 끝도 없이 쏟아진다. 회사 일에 온전히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그 영향이 업무에도 나타나고 있다. 맥락을 자주 놓친다. 분명 회의에서 들었던 내용인데 기억이 안 나고, 코드 리뷰에서 같은 피드백을 반복해서 받는다. 머릿속이 여러 가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으니 하나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려고 시도 중이다. 회의 내용, 받은 피드백, 작업하면서 든 생각들... 일단 적어두기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아직 습관으로 자리 잡진 않았지만,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학습에 대한 솔직한 고백

학습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읽고 싶은 책도 많고, 개발 설계 역량도 키우고 싶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시간을 내기가 너무 어렵다. 퇴근하고 나면 집안일이 기다리고 있고, 주말에는 아내와 함께 출산 준비를 한다. 출퇴근 시간에 책을 펼쳐보려고 해도 처리하지 못한 작업을 위해 버스에서도 코딩한다. 시간이 없다는 변명처럼 들릴 수 있지만, 지금은 정말 그렇다. 그래서 이번 달은 학습보다는 버티는 데 집중했다. 당장 해야 할 일들을 쳐내고, 너무 무너지지 않는 것. 거창한 목표 대신 하루하루를 감당하는 것.

어반자카파 콘서트

그래도 11월에 좋은 기억이 하나 있다. 어반자카파 콘서트에 다녀왔다. 사실 갈 수 있을지 불확실했다. 아내가 만삭이라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상황에 따라 포기해야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 콘서트 전날부터 컨디션이 좋아져서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리프레시가 됐다. 음악 듣고, 잠시나마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고. 이런 시간이 필요했구나 싶었다. 다녀오길 정말 잘했다. 아내와도 너무 오랜만에 행복한 데이트 다운 데이트를 하기도 했고.

연말,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포기해야 할까

이제 12월이다. 연초에 세웠던 목표들, 하고 싶었던 것들이 떠오른다. 솔직히 다 할 수는 없다. 출산 후에는 당분간 내 시간이라는 게 없을 테니까. 그래서 이번 회고가 중요한 것 같다. 남은 한 달 동안 무엇에 집중할지, 무엇은 과감하게 내려놓을지를 정해야 한다.

할 수 있는 것

지금 진행 중인 업무를 잘 마무리하는 것

메모 습관을 조금이라도 자리 잡게 하는 것

출산 준비를 차질 없이 끝내는 것

내려놓아야 할 것

거창한 학습 계획

새로운 사이드 프로젝트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로 아이를 맞이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너무 지치지 않은 상태로 맞이하고 싶다.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다.

마치며

정신없이 흘러간 11월이었다. 뭘 했는지 모르게 지나간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나름대로 버텼다는 생각도 든다. 12월은 한 해의 마무리이자 새로운 시작을 앞둔 달이다. 찰떡이를 만나기 전 마지막 한 달. 욕심 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서 보내야겠다.